e스포츠 아이콘의 시그니처, 정치 캠페인에 등장하다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유명한 시그니처 포즈가 때아닌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김문수 대선 후보가 페이커 선수의 ‘쉿’ 포즈를 따라 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인데요. 젊은 층과의 소통을 위한 시도였다는 김 후보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 팬들과 소속팀 T1은 즉각적인 반발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논란의 시작: 김문수 후보의 ‘페이커 따라하기’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5일, 김문수 후보가 자신의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에 올린 한 장의 프로필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속 김 후보는 페이커 선수가 2021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2라운드 경기에서 선보여 화제가 되었던 ‘쉿’ 세리머니, 일명 ‘마무리 선언’ 밈으로도 잘 알려진 포즈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김 후보 측은 이를 젊은 세대와의 교감을 넓히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지만, e스포츠 팬들과 T1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T1의 발빠른 대처: “페이커는 정치와 무관, 피해 없도록 최선”
페이커 선수의 소속팀인 T1은 논란이 불거지자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T1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현재 특정 정당 및 정치인과 관련된 어떠한 정치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선수와 관련된 이미지가 정치적 맥락에서 사용되는 것은 구단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일이며, 이로 인해 선수나 구단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페이커 선수의 이미지가 정치적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팬들의 분노와 우려: “선 넘었다”, “정치에 이용 말라”
이러한 상황에 대해 e스포츠 팬, 특히 페이커 선수의 팬들은 강한 불쾌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많은 팬들은 “페이커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선수의 이미지를 존중해달라”, “이는 팬들에 대한 기만행위”라며 김문수 후보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팬들은 페이커 선수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순수한 열정과 프로페셔널리즘의 이미지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선수의 동의 없이 시그니처 포즈를 차용하여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주를 이룹니다.
논란은 현재진행형: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의 경계
이번 논란은 유명인의 이미지, 특히 스포츠 스타의 퍼블리시티권(Publicity Right)이 정치 영역에서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특정 포즈나 제스처가 한 인물을 상징하게 될 때, 이를 상업적 혹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김문수 후보 측의 의도가 어떠했든, 결과적으로 페이커 선수와 T1, 그리고 수많은 e스포츠 팬들에게 큰 상처와 논란을 안겼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T1과 페이커 선수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